💌 시 메일링 「히히힛」 1. 어느 날 메일함을 열었더니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 시 메일링 「히히힛」 1. 어느 날 메일함을 열었더니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_재발송

2024. 7. 3.

격주 시 메일링「히히힛」 0.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 메일이 잘 안 보이시나요?

2024.06.12.

격주 시 메일링 매거진 「히히힛」

1. 어느 날 메일함을 열었더니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 본 메일은 06.12. 에 발송하였던 메일링 매거진의 수정 재발송분입니다.

하트 표시하여 쓴 작은 글씨는 07.03. 재발송분에 추가한 에디터 메시지입니다.

창작동인 '시시싯'의

시 메일링 매거진 「히히힛」

을 소개합니다!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

먼저, 시 메일링 매거진을 구독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창작동인 시시싯은 '시에 대한 시에 의한 시를 위한 시(이하 '시시싯')'라는 시적 형식을 경유하여 꾸려진 창작 집단입니다. '시시싯'은 '동료의 시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쓴' 시입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고 나서 쓰는 시지만 인용이나 패러디, 패스티시가 아니며, 시인 개인의 독자적인 작품으로 기능합니다. '시시싯'을 쓰는 것은 시를 읽은 뒤 감각과 사고의 내적 작용을 거침으로써 타인의 시를 완전히 흡수하여 새로운 것을 재생산해 내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시시싯'은 시인 개인의 시적 언어를 찾아내는 과정이자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시 메일링 매거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저희가 '릴레이 시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릴레이 시 창작 프로젝트'는 단순히 말해 하나의 시제를 두고 순서를 정해 시를 이어 쓰는 것인데요. 이 또한 앞 주자의 시를 읽고 영감을 생산해야 하므로 '시시싯'의 일환이라 생각했습니다. 시제는 동인 내에서 추천을 받은 뒤 사다리타기로 선정했어요. 🍀

이번 릴레이 시 창작 프로젝트의 시제는,

메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로 결정되었답니다. 👏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연재는 0번에서 시작하여, 번호가 이어질수록 뒷부분을 덧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다다음 주에는 오늘 연재분의 뒷이야기를 확인해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작품의 전문은 6월 29일까지 아트 스튜디오 빈칸 압구정(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65길 13)의 글 단체전 🌞낮과 밤🌕에서 전시 중이니, 시의 뒷부분이 너무너무 궁금하다! 하시는 분께서는 참고해 주세요.

♥ 빈칸 압구정의 글 단체전은 지난주 토요일 종료되었습니다.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히히힛」은 시시싯의 개인작 발표 지면이기도 해요.

또한, 시시싯 동인들의 시집 추천 글 등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실립니다.

시 관련 인터뷰, 퀴즈, 앙케이트 등 여러 가지를 준비 중이랍니다!

그럼, 릴레이 시부터 읽어 보실까요! 🥰

- 시시싯 에디터 M

🥨 이 주의 릴레이 시 연재

00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 창작동인 시시싯

빨간불, 신호등. 사람 모양.

얼굴을 포장할 때는 떠올리지 못했던 춤.

(배달앱 때문에.)

타이어에 구멍이 났고 벌판에서 달리기를 멈추어야 했을 때 질식하는 줄로만 알았어. 심야 버스는 함께 달리기에 용이하다고 했던 네 말을 믿어서는 안 됐는데. 조깅을 할 적에 자전거나 버스를 대여했고 그동안 아주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조깅은 다른 말로 건강달리기래. 우리는

( )에서부터

( )까지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내장 포함), 꼬마김밥 다섯 줄, 무료 제공되는 어묵 국물, 국자에 손을 데어 뜨거웠던 시절, 빵집에서 흘러나오던 캐릭터 송, 주인아주머니의 실수, 아주 약간의 유치함, 이런 걸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유치하다고 여겨질까?」

오늘 먹었던 것들을 일기에 쓰는 습관이 생겼어. 심지어 달리던 버스가 도로 한복판에서 멈추고 악어들이 차창을 기어오를 때도 나는 일기를 쓰고 있었어. 편안한 거리감과 서비스를 맞바꿀 수는 없었으니까. 요즘 일기 쓰기가 유행이라지?

🥨 에디터의 시집 추천

'시시싯'의 영감이 된 시집,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재미공작소에서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하고 책으로도 출간되는 '소스 리스트'는 작가들의 첫 책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것입니다. '소스 리스트' 작업을 지켜보면서 "작품에 대한 말과 글"은 작품을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꼭 작가 자신이 발언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말해지지 않는' 문학 작품은 오래 보존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학 작품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했기에 문학과, 문학을 창작하는 행위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허수경 시인 5주기를 맞이해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 배가되었던 것 같습니다. 동시대 시인들이 선배 시인의 시를 고르고, 그에 대한 추천의 말을 써서 함께 실었으니까요. 시 작품'에 대한' 누군가의 발언조차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시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에 대한 시에 의한 시를 위한 시'를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무엇에 대한 글'이 비평이나 산문의 경계를 넘어서 또다른 문학 작품으로 읽힐 수 있길 바랐습니다.

사과나무 아래서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 기억나지 않네요. 사과가 아주 작을 때부터 읽기를 시작했는데, 점점 책 종이가 거울처럼 투명해져서 작은 사과알들을 책을 읽으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점점 책 종이가 물렁해져서 책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던 사과알들이 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활자도 사과알을 따라 책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은 물렁해졌고 물처럼 흐르려고 했어요, 물처럼 흐르는 책의 제목이 기억나지 않아요, 사과알이 든 흐르는 책을 여름 내내 읽고 있습니다, (후략)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허수경, 문학과지성사)

169쪽 「여름 내내」 중에서

한 살 더 먹었다며 호들갑 떨었던 새해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허수경 시인의 작품 중 「여름 내내」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읽자마자 '책'이라는 소재를 매개로 여름 감성을 표현한 최고의 시라고 생각했습니다. 여름의 덜 익은 사과알과 여름을 거슬러 다 익은 빨간 사과알이 책 안으로 빠져들고, 활자도 책 안으로 들어가고, 화자도 책 안으로 들어가고, 이제 그것을 읽는 독자로서의 저 자신은, 기억나지 않는 제목의 책이 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책이 어떤 힘을 가져 모든 것이 책에 흡수되는 걸까요, 혹은 모든 것과 책은 사실 하나였던 걸까요, 하늘 푸르고 햇살 쨍한 여름에 하나가 되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읽는 감각이 이토록 찬란했던 시는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

동시대 시인들이 쓴 추천의 글도 주옥같았습니다. 김리윤 시인은 「여름 내내」를 읽고,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여름은 시간이 흐르며 고여 있는 이상한 공간이다. 여름은 흐르는 냇물인 동시에 물속에 견고하게 박힌 돌덩이 같은 것이라서 스스로 시간인 채 흐르다가 돌이 되어 시간의 구조를 변경한다. 여름의 모든 것은 저마다 미친 것처럼 스스로를 넘치며 살아 있어서 여름에는 중심이 없고 중심이 없으므로 주변부도 없다. 여름은 줄줄 흘러내리는 시간에 겨우 외피를 덧입힌 물컹물컹한 사물이다. 여름의 껍질은 누르는 자리마다 멍이 들며 멍이 든 자리가 더 달콤하리라는 기대를 주는 작고 둥근 과일이다. (후략)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허수경, 문학과지성사)

170쪽 김리윤 시인의 글 중에서

김리윤 시인이 쓴 추천의 글을 여름 내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또한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시에 대한 글을 읽는다는 것은 이어짐을 감각하는 행위이자, 시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만들어나가는 일이었습니다. 향유되고 말해짐으로써 인간의 시공간 속에 남는 것이 비단 시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를 읽으며, 여러분께서 오래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을지 찾아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 시시싯 에디터 M

🥨 이 주의 개인작 연재

초록의 옆얼굴*

- 🐣민슬

종이와 같은 색 펜으로 사인해 주세요
숲에 가면 전부 구분되지 않는다
이면지함에서 가져온 수면의 편지

짙은 이끼 한가운데에는 잠이 있었고 깸이 없었다 침대, 그건 숨쉬기 좋은 침대였다 가만히 호흡하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이끼 침대를 만들기로 했다 물위에 얹으면 재미있겠지 풍덩!
그 가수는 잠자면서 노래하는 걸로 유명했다 시디를 제외한 모든 앨범 구성물은 이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끼 애호가들은 열광했다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미래에 도달했어!
노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수면 시간도 길어졌다 잠만보랑 친구해도 되겠다(아무리 잠만보라도 이렇게 오래 잠들어 있진 않겠어) 그래서 가수는 포켓몬 더빙판의 오프닝 곡을 녹음하게 되었다 오늘도 잠든 채였으므로 이끼로 된 침대를 녹음실로 옮겨와야 했다 숲의 나무들이 침대 옮기는 걸 도왔다 이끼의 일은 곧 숲의 일이었고 곧 침대는 숲만큼 커졌다
녹음이 끝나고 방송국 문을 나설 때 카메라를 든 이.사.모(이끼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가수의 사진을 찍었다 잠든 모습 찍히는 걸 좋아하지 않을 텐데…… 가수는 조금 전 녹음했던 노래를 낮게 흥얼거릴 뿐이었다
어떨 땐 같은 색의 행동밖에 하지 못한다 인간은 긴 시간 단순한 채로 살아가니까

얼굴의 모든 초록을 훔쳐갈 때
노래는 숨 뱉는 걸 가르쳤다
수면 위의 해수면

요즘은 포켓몬 어디서 봐?
가수는 이끼라테를 마시며 깨어 있다 노래 부르지 않을 때는 종종 눈을 뜬다 결코 잠만보와 닮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잠만보 친구는 될 수 있어도 잠만보로 불리지는 않을 거야 이끼라테는 마음대로 사진을 찍은 것에 대한 복수다 녹색 촬영 금지
유명인이잖아,
사인을 받고 싶다면 조용히!
이.사.모 회장님 방에는 이끼밖에 없대 물위에 떠다니는 이끼 침대가 아니면 잠을 못 잔대 밥 먹을 때도 이끼 식탁에 이끼 그릇에 이끼 수저…… 설거지는 어떻게 해?

포켓몬 오프닝 곡을 들으며 편지를 쓴다 가수는 또 잠들었다 내일 새 노래 녹음하러 간대 미리 자 둬야 하나 봐 갑자기 불면증이 찾아오면 큰일 나니까, 생계를 이어갈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미리 눈감는 거야 채널은 삼십삼 번으로 돌려 놓자
깸 없는 삶으로부터, 노래의 처음과 끝에서 가만히 이끼를 삼켰어 좋아하지 않을 걸 알지만 그래도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어 숲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어 이끼 침대 위에서 가만히 숨쉬면서,

우리 모두의 잘못을 초록으로
옆얼굴을 요약해서 쓸어담아 줘
모르는 곡조를 낮게 흥얼거린다
내일은 팬 사인회 티켓팅을 위해 여섯 시 기상
이끼라테 한잔을 빨리 들이켜는 사람부터 입장시켜 준대

* 민슬의 「시식일기」 '2. 귀엽지 않은 것이 내 눈에만 귀엽게 보이는'에 수록된 일기-시

「히히힛」

다음 회 콘텐츠 예고

세상에 없는 시를 리뷰할 수 있을까?

아니, 세상에 없다는데 읽을 수는 있는 걸까?

시시싯 인터뷰 "싯터뷰" 제1회,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에 관한 동인 인터뷰가 찾아옵니다! 🦄

- 시시싯 에디터 M

♥ "싯터뷰" 1회는 현재 발행된 메일링 매거진 2회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히히힛 2회 읽으러 가기

오늘의 메일링은 어떠셨나요?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는 릴레이 시입니다. 저희는 여러 사람이 연과 연을 이어 붙여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글 단체전 참여를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을 고안해 함께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 메일링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도, 시를 이어 쓸 수 있어요! 저희는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시적 언어를 가지는 세계를 꿈꿉니다. 😎

오늘 연재된 "릴레이 시"의 뒷부분을 자유롭게 이어서 써 주세요. 추첨하여 한 분께 yes24 모바일 도서 문구 상품권 5천원권을 선물해 드립니다. (상품권 발송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필요합니다. 추첨 선물과 무관하게 시만 보내주시고 싶으실 경우,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아래 버튼의 설문 링크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작품을 보내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회차에서도 설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릴레이 시 쓰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