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메일링 「히히힛」 2. 내리쬐는 반짝임의 있고 없음

2024. 6. 26.

격주 시 메일링「히히힛」 0.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 메일이 잘 안 보이시나요?

2024.06.26.

시 메일링 연재 「히히힛」

2. 내리쬐는 반짝임의 있고 없음

창작동인 '시시싯'의

시 메일링 연재 「히히힛」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

이번 주도 어김없이 찾아온 시 메일링 「히히힛」!

2주 만이에요. 지난 「히히힛」은 즐겁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연재는 0번에서 시작하여, 뒷부분을 덧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진행 중입니다. 오늘은 지난 회차 연재분을 포함하여, 더 길어진 릴레이 시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작품의 전문을 읽어보실 수 있는 빈칸 압구정(서울특별시 강남구 언주로165길 13)의 글 단체전 🌞낮과 밤🌕은 29일 토요일까지 이어지니 여유 있으신 분들께서는 방문해보시길 권해보아요. 저희의 작품 외에도 흥미로운 글이 무척 많답니다!(혹시, 이미 다녀오신 분도 계실지 궁금합니다.)

오늘의 「히히힛」에는 릴레이 시, 시집 추천 글, 동인들의 개인 신작뿐만 아니라

지난 회차에 예고했던 「싯터뷰」 1회차가 실려 있어요.

하루 시간을 내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었답니다.

정말 상상도 못한 작품이 등장해서 에디터 M은 기절초풍…😮

그럼, 오늘도 어김없이, 릴레이 시부터 읽어 보실까요! 🤗

(이전 회차에 연재되었던 부분은 회색으로 처리했습니다.)

🥨 이 주의 릴레이 시 연재

01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 창작동인 시시싯

빨간불, 신호등. 사람 모양.

얼굴을 포장할 때는 떠올리지 못했던 춤.

(배달앱 때문에.)

타이어에 구멍이 났고 벌판에서 달리기를 멈추어야 했을 때 질식하는 줄로만 알았어. 심야 버스는 함께 달리기에 용이하다고 했던 네 말을 믿어서는 안 됐는데. 조깅을 할 적에 자전거나 버스를 대여했고 그동안 아주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지만.

조깅은 다른 말로 건강달리기래. 우리는

( )에서부터

( )까지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내장 포함), 꼬마김밥 다섯 줄, 무료 제공되는 어묵 국물, 국자에 손을 데어 뜨거웠던 시절, 빵집에서 흘러나오던 캐릭터 송, 주인아주머니의 실수, 아주 약간의 유치함, 이런 걸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유치하다고 여겨질까?」

오늘 먹었던 것들을 일기에 쓰는 습관이 생겼어. 심지어 달리던 버스가 도로 한복판에서 멈추고 악어들이 차창을 기어오를 때도 나는 일기를 쓰고 있었어. 편안한 거리감과 서비스를 맞바꿀 수는 없었으니까. 요즘 일기 쓰기가 유행이라지? 봄이 되었잖아, 호수를 돌며 꽃놀이를 하다가도 일시에 멈추어 일기를 쓰는 사람들. 그게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아무튼 정말 삶은 이상해. 달걀 같아.” 일기 놀이야? 악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도 펜 놀리는 걸 멈추지 않는다. 사람 머리가 목에 걸려서 기침하는 악어…… 악어 감기에 걸리면 약도 없다. 다 쓴 일기장은 그냥 버리지 않고, 글자 위에 다시 글자를 덧입히는 용도로 사용한다. 배달앱 알림이 삼백 개 이상 쌓였는데, 어라, 그러면 혹시 현관 앞 확인해 봤어? 일기 때문에 복도에 배달 음식을 쌓아 둬선 안 되지. 아무래도, 먹지 않고 남기는 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니까.
(신문 좀 읽어. 그리고 신문지로 냉장고 청소를 하는 거야.)

2024년 4월 31일 수요일
그게 말이야, 제임스가 시인이 된 날
제니라고 할까 제제라고 할까 제임스라고 할까 제 ―
필명을 막 다 정했을 때 또 일기장 한 권을 다 써 버렸어

냉장고에 비어 있는 반찬통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는 사실이 나를 웃게 만들어
나는 반쯤 차 있다고 했고 또 반쯤 비어 있다고 했지, 그래서 너는 울었던 것 같아
냉장고는 있을 건 있고, 없는 게 없는 오일장 같다는 거
공원엔 자전거, 웃어젖히는 아이, 소리 지르는 새,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와 얼굴을 붉히는 연인들

그때, 네가 화장실을 나오며 휴지가 없다고 말한다
빨간 건물 외벽에는 머리숱 많은 남자가 탈모 샴푸를 들고 있고 그 앞에 줄을 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웅성대고
옆에선 지하철이 덜컹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악어들이 지하철을 타기로 결정한 듯하다 쇳소리, 기침 소리, 메아리로 부딪혀 세상엔 이명이 있다 소음에 놀란 벚꽃잎이 지하철에서 시를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다 그렇게 창으로 들어온 벚꽃잎을 잡상인이 천 원에 팔고 있다
너는 전혀 살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한강 철교 위에서 위태롭게 지하철이 멈춰 서 있어서 크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악어와 시인과 벚꽃의 몸무게를 다리가 버텨 내고
소리친다.
그대로 있구나 잘하고 있구나 그대로 있어라 잘하고 있어라, 그래도 있을게 잘하고 있을게
벚꽃을 삼킨 악어는 흰빛을 내며 한강으로 뛰어든다 한강이 꽃내음 나는 물줄기가 될 때, 네가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 아마도 웃고 있었다.

강물이 치밀어 올린 부아들은 어디에 잠겨 있을까?
철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성긴 식사, 그러니까 그 식사가 적힌 일기들이 쏟아지고 있어

🥨 에디터의 시집 추천

콜리플라워를 닮은 세계를 꿈꾸며 ٩( ᐖ )人( ᐛ )و

『콜리플라워』 이소연, 창비시선 503

이소연 시인의 『콜리플라워』가 출간되기 전,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와 바오밥나무가 나오는 시를 썼습니다. 브로콜리 머리를 하고 싶었지만 미용사는 콜리플라워 모양 머리를 해 주었고, 시간이 지나자 엉망으로 자란 머리가 콜리플라워 모양을 벗어나 바오바브나무 모양이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와 바오바브나무… 시를 쓰면서 그 푸릇한 존재들의 형상을 곱씹다 보니 애정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온 지구가 초록 생명체로 이어져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콜리플라워』 출간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콜리플라워』라는 제목을 가진 시집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한없이 무해한 존재. 그리하여 별일 하지 않아도 우리 마음 한편을 보듬을 수 있는 존재. 몽글몽글한 구름을 닮은, 꼭 끌어안으면 폭신하게 안겨 올 것만 같은 콜리플라워는 그야말로 모두의 꽃이었습니다.

에도시대부터 시작된 나라공원의 전통 행사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서로의 가장 빛나는 뿔을 잘라내야 한다면

아프지 않을 수 있나요

사슴은 뿔을 잘리고도 풀을 뜯고

길가에선 가지 없는 나무가 자랍니다

- 「사슴뿔 자르기」 전문, 『콜리플라워』 13쪽

수록작 중 「사슴뿔 자르기」는 함축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서울숲 사슴 우리 앞에 사슴 뿔이 잘린 채 전시되어 있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우리 안에 사는 사슴들이 서로의 뿔에 다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사육장에서는 뿔을 잘라 준다고 합니다. 사슴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뿔 자르기가 결코 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뿔의 존재"에 인간이 개입하게 되는 것이죠. 그 탓에 "길가에선 가지 없는 나무가 자랍니다". 동물원이나 사육장의 뿔 없는 사슴에겐 익숙해지더라도, 가지 없는 나무에게 익숙해지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잘라낼 수 있는 뿔이 없습니다. 서로를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다 잘라내다 보면, 정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쳐 갈 것마저 남지 않게 된다면, 사람은 살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된다면 사람도 사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키스가 입술의 일은 아니지

혀와 혀가 모서리를 접고

기둥을 접고 지붕을 접어

집 옮기는 놀이 같다

너는 음악 옮기길 좋아하고

나는 오늘 너의 집을 옮기는 중이야

삼각 지붕은 뾰족한데 안은 둥글어

절벽에 붙어 있는 바위솔처럼

'밀착'이라는 말은 너를 통해 배운다

(중략)

너는 내게 키스하겠지

남쪽 마당에는 꽃이 피었다는데

스페인 북부는 대설주의보야

너의 집을 옮길 때마다 나는

시드니를 지나쳐 온

지진 소식을 들어

(후략)

- 「집 옮기기」 중에서, 『콜리플라워』 18쪽

이소연의 시에서 "키스"는 "집 옮기기"가 됩니다. 호흡의 교차는 곧 안온을 짓고 공간을 공유하는 일입니다. 이소연의 시에는 화자 외부의 상대방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진득하게 탐구하려는 힘이 있습니다. 「집 옮기기」는 "탐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타자를 이해하고픈 욕망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그리고 화자가 이해하고자 하는 외부의 존재들은 차츰 그 몸집을 넓힙니다. "집 옮기기"란, 시선을 옮김으로써 모르던 공간을 형성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공간을 넓혀갈 때마다 꽃피는 남쪽과 눈이 쏟아지는 북쪽을 목도하고, 먼 곳으로부터 찾아온 지진의 파동을 느낍니다. 세계를 꾸리는 모든 순간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며, 장소를 옮길 때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애정의 농도에 젖어가곤 할 텝니다.

『콜리플라워』는 제목의 이미지 그대로 무해하고 안온한 시집입니다. 『콜리플라워』 속 시들은 사람의 마음을 계속해서 파고들며 "이해받을 수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선 "풍경도 잘라주면 잘 자라"(100쪽)고, "방치해서 죽이는 것은 없"(25쪽)습니다. 멀리 있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 텍스트 속에 스며듦으로써, 우리가 함께 즐기는 이 풍경이 오래오래 보존될 것만 같습니다.

- 시시싯 에디터 M

🥨 이 주의 개인작 연재

화해 1

- 🎆야호

빛은 한 편으로 몰락한 그늘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럴 적이면 부지런히 잊어온 서로가 떠오르는 것도 똑같은 일입니다
그런 나의 가슴께에서 까만 즙이 울컥 쏟아지어도 놀랄 일일지요

지나가는 이의 곁눈에 동냥하고자 나는 작위로 나를 끌어안았습니다
우스운 일입니다 의심치 않는 것이지요 나의 그릇된 이상을
나의 독백이자 조난에게 내리쬐는 반짝임의 있고 없음을 말입니다

내 살아감의 비극이 아름답다는 처절한 읍소이자 자조가 터지어본 적이 있습니까
실로 늘상 그것은 파괴였습니다 그 이외는 아니었습니다
멀어짐을 좇고 다가옴을 쫓았습니다 부정한 패배였습니다
거꾸로 걸었습니다 흐려진 나의 자욱들에게 건넬 말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늘 나를 용서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입니다

🥨 이 주의 개인작 연재

직선 무용

- 🐣민슬

틈을 잃어버리고 싶다고 말했어

불 붙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끝을 내야 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꼬리 빠진 실험쥐를 봤다
잊지 않고 목을 돌린 다음 눈을 감겨야 했던 그날

실험용 흰쥐의 간은 네 개라는 거1)
서로가 서로를 꼭 붙들고 있어 헤어질 수 없었지
널어 말릴 때도2) 간과하지 않는 섭리 같은 거야

내가 여름 호수 위를 걷고 있을 때 네가 다가왔다 그것은 마치 이변처럼 작동했다 지갑을 여는 듯 팬티를 열었다 몸에 걸칠 수 없으니 수면에 띄워 보내야지 둥둥
인간은 분명히 사이의 바깥에 있다 무수하게 떠나고 있는 중이면서도

민소매를 입으면 딱 가려지는 그 부분에 얼룩을 남겼어
발견할 때마다 서로의 껍질이 되어가며 열었던 거죽을 꿰매어 닫았다

1) 열네 살의 내가 직접 피부를 찢고 배를 갈라 확인했을 때 믿을 수 있었다.

2) 해가 잘 드는 바닷가의 너른 바위 위가 아니면 취급하지 않는다.

🥨 이 주의 싯터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에 관한 동인 인터뷰

💌 6월 23일 일요일 💌

- 본 싯터뷰는 채팅 메신저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에디터 M 안녕하세요. 시시싯 인터뷰, 싯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에디터 M입니다. 🤗

"세상에 없는 시"를 리뷰하는 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

🍬H 안녕하세요, 시시싯에서 시 쓰는 H입니다.

🥞A 함께 시시싯에서 활동 중인 A입니다.

🍰에디터 M 다들 반갑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근황을 짧게 나눠 볼까요?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H 화요일에 서울 나들이 가요. 서국도 기대 중.

🥞A 최근에 웹소설 편집자로 취직하고 이제 수습 기간이 끝나서 완전 바쁜 상태예요.

🍬H 멋쟁이.

월급으로 우리 맛있는 거 사줄 거래요.

🍰에디터 M 오오, 기대하겠습니다. 🐰

🍰에디터 M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요? 다들 시는 읽어 오셨겠죠?

🥞A 그럼요.

🍬H 네.

🥞A 제 머릿속에 있답니다.

🍬H 전 마음속에.

🍰에디터 M 역시 무척 모범적인 참여자들이에요.

그럼 먼저, 읽은 시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을 말해 보도록 할까요.

먼저 말하고 싶은 사람 있나요?

🍬H A씨가 먼저 한대요.

🥞A 네, 저부터 말씀드리자면요.

일단 이번 민슬 시인의 「하루만 통 속에 갇혀 산다면」은 굉장히 흥미로운 시였습니다.

🍰에디터 M ……?😳😳😳

🍬H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 시 메일링 서비스 「히히힛」 1회에 발표된 포켓몬이 나오는 시를 읽었는데

그때처럼 굉장히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것들을 가져오려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에디터 M ……?!😲😲😲

🥞A 기존에 시로 써질 수 있을까 싶은 것을 시로써 승화시키는 멋이

굉장히 도전적이었다고 보았습니다.

🍬H 진행할수록 에디터님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은데요.

🍰에디터 M (아니에요 잘하고 계세요 진행하셔도 돼요…….)

🥞A 특히 작품 속에 "통 속의 뇌"를 등장시키는 등의 철학적이고 SF적인 시도는

현실에 갇혀 사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 있었지요. 독자들에게도 시인들에게도 새로운 감각을 깨워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에디터 M 오, 네……. H씨는 어떠셨나요.

🍬H 민슬 시인의 작품은 늘 챙겨 보는 편인데, 읽을 때마다

시에 담긴 의미를 하나하나 살피기보단 전체적으로 사용된 시어나 분위기를 읽으려고 해요.

🍰에디터 M 헉.

🍬H 역시나 그렇듯 시적 주체와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시어라든가 대화체 형식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특히 '뇌가 내는 소리는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같이 발음을 갖고 노는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A 캬.

저도 그 구절이 참 인상 깊었죠.

🍬H 평소의 민슬 시인님 같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A "뇌"와 "나"는 과연 하나인 것일까? 라는 궁금증이 들게 하는 시구였는데,

가끔은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게 되곤 하는 그 지점을 잘 파악했달까요.

🍬H 시어의 마술사.

🍰에디터 M 오……. 잘 들었습니다. 그럼, 감상을 말하면서 형식과 내용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조금씩 해 주셨는데, 시를 읽으며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가장 인상깊었거나 두드러졌던 점이 있었다면 한 가지씩 꼽아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 음, 저는 일단 일상적인 순간에서 순간순간 튀어나오는 언캐니함,

반복되는 삶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 홀로 두드러지는 사건들에

초점을 잘 맞춘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H 언캐니함이 정확히 어떤 느낌일까요?

🥞A 쉽게 말하면 '불쾌한 골짜기'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속에서 돌이켜 봤을 때 갑작스레 느껴지는 불쾌함 있잖아요.

예를 들어 이번 시에 나오는 구절 중 '자동차 바퀴에 비둘기가 뭉개지고'에서 느껴지는.

🍬H 아하.

🥞A 그리고 뇌의 구조를 과학적으로 파악한 것 같은 용어를 시어로 쓴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뇌, 소뇌, 전두엽, 측두엽 등등.

🍬H 헉.

🥞A 이걸 쓰기 위해서 뇌를 공부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H 문학으로 공부하기.

시로 뇌 읽기.

🍰에디터 M 오……. 정말 아까부터 감탄 외의 말을 꺼내기가 어렵군요.

H씨는 어떠셨나요?

🍬H 저는 대화체로 진행되는 부분이 재밌었어요. 그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서로가 완전히 반대되는 성향의 인물인 것처럼 보였는데, 다 읽고 보니 화자와 외부의 타인이 대화한 게 아니라, 화자와 화자의 뇌가 대화를 나눈 게 느껴져서 충격적이었습니다.

약간 『지킬 앤 하이드』가 생각나기도 하고? 자신의 뇌를 해부하듯 펼쳐 보일 수 있는 게 실은 다른 인물이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는 게 조금 무섭기까지 했어요.

통 속에 갇힌 듯한 화자가 일종의 자아분열을 일으키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뇌와 함께 했다는 게 충격…….

🥞A 근데 정말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었던 게,

구분이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은 비둘기는 과연 스스로 죽은 것일까,

아니면 "뇌"에 의해 살해당한 것일까? 같은 거나.

이런 이중적인 부분들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들었죠.

🍬H 또다른 자아일 수도 있고.

🥞A 맞아요. 알 수 없는 다른 존재가 내 머릿속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렇다면 온전한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입니다.

🍬H SF의 탈을 쓰고 자아 실현을 하는 시라고 볼 수 있겠군요.

🥞A SF의 형태를 띠면서 내면의 관조를 보여 주는 거죠.

🥞A 그래서 결국 「하루만 통 속에 갇혀 산다면」이라는 제목도 잘 지은 것 같아요.

작품을 다 읽고 나니까, 통 속의 뇌란 결국 자신과 또다른 자아가 분리되어
스스로가 스스로임을 확인하길 바라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디터 M 제가 질문하려고 했던 부분까지 너무 잘 짚어서 얘기해주시고 계세요……!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해볼게요. 이 시는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줄 수 있을까요?

🥞A 음, 저는 새로이 시를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보통 우리가 수업이나 강의를 통해 접하는 시는 정형화된 경우가 많죠.

시를 배울 때 자연에 대해 노래하거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작품을 먼저 접하곤 하는데

그럴 때 새로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느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 새로운 시를 접하고, 또 써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흔히 다뤄지지 않은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철학적 사고를 전개하는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H 저는 n춘기 겪는 사람들이나 취준생이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의문이 들고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디터 M 이거 정말 "세상에 없는 시" 리뷰한 거 맞죠?

두 분이서 저 몰래 짜고 다른 시 읽고 오신 줄 알았어요.

🍬H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 A씨가 판을 잘 깔았죠.

🥞A H씨가 내용 묘사를 너무 잘 해줘서 말하기가 편했어요.

🍰에디터 M 두 사람의 합이 잘 맞았군요!

오늘 즐겁게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 싯터뷰도 기대해볼 수 있겠어요.

🥞A 말하다 보니 정말 머릿속에서 이상적인 작품 한 편이 그려진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즐거웠습니다!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싶네요!

🍬H 세상에 없는 작품인데도 한번 말문이 트이니까

끝없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는 게 신기했어요.

재밌었고 또 참여하고 싶네요.

🍰에디터 M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다음 싯터뷰 시간에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 ◝(●˙꒳˙●)◜ ₎₎

마지막으로, 지난주 독자 참여 코너에 보내주신 시 중 한 편을 공개하며 오늘의 메일링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지난 회차 마지막 부분에 릴레이 시의 뒷부분을 자유롭게 이어 쓰는 공간을 마련했었는데요. 손해담 님께서 저희 작품에 정말 착 붙는 작품을 써 주셨어요. 😮🤍

시시싯과 손해담 님의 합작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시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

₍₍ ◝(●˙꒳˙●)◜ ₎₎

🥨 독자들과 함께 만드는 릴레이 시 연재

0.5 뚜껑을 닫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시의 시대가 찾아왔다

- 창작동인 시시싯

& 손해담

빨간불, 신호등. 사람 모양.
얼굴을 포장할 때는 떠올리지 못했던 춤.

(배달앱 때문에.)

조깅은 다른 말로 건강달리기래. 우리는

( )에서부터

( )까지

오늘 먹었던 것들을 일기에 쓰는 습관이 생겼어. 심지어 달리던 버스가 도로 한복판에서 멈추고 악어들이 차창을 기어오를 때도 나는 일기를 쓰고 있었어. 편안한 거리감과 서비스를 맞바꿀 수는 없었으니까. 요즘 일기 쓰기가 유행이라지?

잠깐, 어떤 추신은 비밀스럽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첫 문장의 혼돈과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질투하는 건 오직 작은 시간의 이름과 사람을 끌고 다니는 죽은 사물의 직립보행입니다

여름의 찬바람 포화를 조심하세요
차가운 손바닥을 충분히 데워두세요

완전히 새로운 온도를 만질 날이 올 겁니다…

넘칠 듯 말 듯 일기의 교환은 이어집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려던 듯이 태연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전달하고도 괜찮은 척하는 당신의 비밀이 지금 공개되고 있어요

난 우리의 고독을 믿어요 하지만 몇 가지 사정이 겹쳐 모호한
그런 순간이 여러 번 있었으므로, 시대의 발호는 적절한가요?

「히히힛」

다음 회 콘텐츠 예고

에디터 M이 존경해 마지않는 시인 김민정의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는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읽고 진행한

시시싯 동인들의 독서 대담 코너가 찾아옵니다! 🍀

오늘의 메일링은 어떠셨나요? 싯터뷰를 진행하면서 시는 그 실체가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 곁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재하지 않지만 독자가 존재한다고 믿는 시는 과연 "있는 것"일까요 "없는 것"일까요? 〈하루만 통 속에 갇혀 산다면〉을 함께 읽은 다른 독자분들이 어떤 감상을 남기실지도 무척 궁금합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 〈하루만 통 속에 갇혀 산다면〉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상상하여(!) 남겨 주세요. 추첨하여 한 분께 yes24 모바일 도서문구상품권 5천원권을 선물해 드립니다. (이벤트 참여 및 상품권 발송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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